詩 2010

절규/배중진

배중진 2011. 3. 14. 04:48

절규/배중진

우린 탄생의 신비를 경험 했고
산과 들이 좁아라 같이 뛰어다니며 놀았다
소와 사람이 이렇게 즐거움을 공유한다는 것이
각박한 세상에서는 꿈과같은 동화였지만 우린 체험을 했다네

무럭 무럭 자라나서 어미와 같이 영원토록
꿈의 동산에서 뛰어 놀기를 얼마나 기도 했었는지
우리의 간절함도 잠깐 시셈을 하는 무리들이 있었던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이별이 올 수가 없지 않은가

어스름 달빛이 평화스런 하루를 마감하려는 시간
우린 방에서 모두 화들짝 놀라며 외양간으로 달려갔지
어미 소의 애처롭고 나약함이 온동네를 찢어 놓고
거품을 물고 안간힘을 쓰고 버둥거리는 송아지의 단말마

어미소는 벌써 제 정신이 아니었다 핥고 또 핥고
큰 눈깔은 더 커 보였으며 벌써 눈물이 자르르 흘린 자국이 보였다
씩씩거리며 외양간이 부셔져라 이리 저리 박고 있었고
코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이 좀더 가까이 새끼의 마지막을 돕고 있었지

얼마나 속이 뜨겁게 끓었을까 게거품처럼 밖으로 나와 지글거리고
외부에서 아무리 구정물을 쏟아붓고 도우려 해도
쥐약을 먹은 송아지는 벌써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있었다
어미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마지막으로 긴 울음으로 인사를 하고

우린 처참함을 예기치 못하였기에 방구석에 이불을 둘러 쓰고
한없이 서러움을 호소하고 세상을 한탄했다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반평생이 흘러간 지금에도 아픔이어서
송아지를 보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고 반갑기만 하다네

 

2013.11.24 20:25

슬픔이 가시지 않았고 반평생이 흘러간 지금에도 아픔이어라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반평생이 흘러간 지금에도 아픔이어라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반평생이 흘러간 지금에도 아픔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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