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3

악마/배 중진

배중진 2023. 3. 29. 01:53

악마/배 중진

 

죽음의 사자가 찾아오는데

눈치채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봄이 소리도 없이 다가와

온갖 꽃을 피우듯

 

아주 자연스럽게

작은 승용차가

너무나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교회로 들어섰다

 

여자처럼 보이지만 과감했고

남자처럼 행동했지만 어설펐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배우는 교정

교회에 소속한 학교

 

순식간에 9살짜리 3명은 하늘나라로 올라갔고

60대 3명도 한 많은 세상을 하직했으며

유언대로 악마도 사살되어 지옥으로 처박혔고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어른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감시 카메라도 사건 해결의 빌미를 제공하지만 목숨을 구하지 못했고

단단하게 생각했던 굳게 잠긴 문도 악인을 막지 못했으며

평화를 지키라고 설계된 자동소총은 비웃기라도 한 듯 깨트렸다

 

악마는 천사를 극도로 싫어하는가 보다

꽃같이 향기로운 것을 조롱했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질투했으며

가정의 행복을 증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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