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3

천진난만/배 중진

배중진 2023. 1. 14. 01:41

천진난만/배 중진

 

벌거숭이산을 벌거벗고 달리던 시절

시냇물을 따라 송사리 잡겠다고 덤비던 시답잖던 시간

배고픔을 몰랐고

가난도 몰랐으며

 

벗을 것도 없었던 여름

산재한 불편함도 일상이었던 겨울

그리움도 부족함도 전혀 몰랐던 아름다운 세상

나만의 순간

 

세월은 흘러

너와 나를 알게 되고

이웃을 두려워하고

세계 속에 하나의 작은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꿈을 찾아 걷다 보니

지나온 거리가 까마득하고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느꼈을 땐

힘에 부쳐 아득함만

 

밤마다 꿈을 꿔

잊지 않으려 애를 쓰는 나의 고향

천진한 어린이와의 만남은

또 다른 아름다운 별천지

'詩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웃집 남자/배 중진  (12) 2023.01.21
눈발/배 중진  (3) 2023.01.18
베고니아/배 중진  (13) 2023.01.12
부싯돌/배 중진  (3) 2023.01.10
새해 결심/배 중진  (2) 202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