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3

부싯돌/배 중진

배중진 2023. 1. 10. 07:11

부싯돌/배 중진

 

아주 먼 옛날에는 성냥불만 그어도 확 옮겨붙어 활활 지글거렸다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이글거림을 확인했다

 

이젠 부싯돌로 불을 붙이려고 노력한다

자꾸 꺼짐을 알면서도 애를 쓴다

보는 이에게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조약돌을 던져 조용한 호수에 잔물결을 일으킨다

세상만사 바람이 불지 않아 호젓함을 좋아했는데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자꾸 파문을 일으킨다

 

하지 말라고 해도 재미있는가 보다

전에는 그런 것을 무척 따라 했지만

 

지금은 사랑이 저 멀리 고개를 넘어가 있어

해괴하다는 느낌이다

 

걸림돌이 되지 

디딤돌이 되지 않는다

 

혹시 알아

꺼진 불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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