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

물방울/배 중진

배중진 2021. 3. 17. 00:02

물방울/배 중진

 

아주 옛날에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보았답니다
잠방이에 고무신을 신고서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빗물끼리 물방울을 만들더군요

물방울이 터지지 않고 끝까지 흘러가길 바랐지요
마당을 구석구석 돌아
떨어지는 빗물을 요리조리 피해
용케도 마당 끝까지 흐르는 것을 보았답니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개울로 나아가는 것은
나의 책임이 아니었습니다
물방울 자신의 운명이었지요

 

또 다른 물방울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나의 일이 또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물의 흐름을 보노라면
막힘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습관이 들었겠지요?
시작은 아주 미미했지만

 

2/5/2019
NY Botanical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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