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

악마의 종말/배 중진

배중진 2021. 3. 3. 08:59

악마의 종말/배 중진

 

불행한 여자

어떻게 두 명의 남편이 똑같은 방법으로 생을 마쳤을까

행운이 없다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있고

세가 드신 여자라고 피하는 사람도 있다

 

10년 만에 두 사건이 일어났지만

아무도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첫 번째 남편은 총을 가지고 수리하다가

실수하여 삶을 마쳤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자세하게 조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 남편은 잠을 자면서도 항상 베개 밑에 총을 숨겨놓았는데

그날 밤에 불행하게도 의붓아들이 늦게 귀가하여

잠자던 남편이 도둑으로 오인하여 총을 꺼내 들까 봐

옆에서 잠자던 부인이 먼저 총을 감추려다가 발사됐다는 것이다

엉겁결에 만지작거리다가 오발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용의주도한 남편은 

며칠 전에 일어났던 독극물 사건을 녹음하여 학교에 보관하고 있었으며

이혼한 전처에게 악마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다 보고했던 것이었다

가정에 내 편은 하나도 없고 적들에 둘러싸였으니 그 심정이야

두려움과 공포에 떨길 수일

 

씀씀이가 헤프고

눈두덩이같이 불어나는 크레디트 카드의 빚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보험을 순진무구한 남편의 이름으로 몰래 들었던 것이었다

그 길만이 악마의 악몽이 끝나는 순간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방아쇠는 엉겁결에 만져서는 격발되지 않으며

상당한 힘을 가하여야 발사될 수 있었고

밑에서 쏜 것과 

위에서 쏜 것의 각도 차이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탄피가 날아간 자리까지 알아맞히는 세상인데 시체 옆에다 갖다 놓는 패착을 둔 것이다

 

전 남편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에서 더 캐묻지를 않은 것이

현재 살인사건만으로도 나쁜 년에게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이 지지리도 없는 년이라고 했겠지

팔자가 기구하다고 했겠지 

세상은 악마가 낄낄거리며 판치고 돌아다니도록 방치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National Museum of the Marine Corps 4/2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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