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

기차역/배 중진

배중진 2021. 1. 5. 02:50

기차역/배 중진

 

중학교 때 친구 아버지는 철도청에서 근무하셨다
자세하게 말하면
선로를 바꿔주는 곳에서 일하셨다

겨울에 우연히 그 친구와 같이 역으로 향하다가
친구는 철도가 즐비하게 나란히 깔려있고
갈라졌다 다시 모이는 것을 관장하는
높은 건물로 들어가며 따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이상하게 생긴 것이 죽 나열되어 있고
손으로 힘차게 잡아당겨
불가능해 보이는 철로를 움직여
달려오는 기차를 각기 다른 플랫폼으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곳이다

잘못된다는 아찔한 상상을 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잘못될 수도 있는 엄청나게 중요한 임무임은 틀림없다

우린 그런 곳에서 따스한 난로 옆에 앉아
홍조를 띠며

꾸벅꾸벅 존다

 

내가 타고 갈 증기기관차가 연착되고 안 되는 것은

절대로 친구 아버지 소관이 아니다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많고 복잡하여

우리 몸같이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지

 

우린 뜨거운 날엔 그곳에 가지 않고

추운 겨울에만 이용하는 곳이었다

가끔 생각나는 곳이었다

 

*증기 기관차
증기기관차
디젤 기관차

 

7/9/2012

Essex Steam Train
Sono Switch Tower Museum
The Classic Railway Signal 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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