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

벌써 5년이 지났네/배 중진

배중진 2021. 1. 1. 15:34

벌써 5년이 지났네/배 중진

 

2015년, 을미년이 을씨년스럽게 넘어가고 있을 때

다정한 친구는 한 많은 세상을 혼자서 등지고 있었지요

 

다들 2016년, 병신년을 누구보다도 먼저 복을 받겠다고 동동거릴 때

어수선한 세상에서 아무도 모르게 숨이 넘어가고 있었지요

 

자기 삶이 먼저이고 가족을 챙길 때

혼자 사는 친구는 전화조차도 받을 수 없었고

기진맥진하여 방을 기어 다니지도 못했답니다

 

허우적거리기만 했고 

세상의 도움은 전혀 받을 수가 없었지요

 

그러길 며칠

세상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으나

친구의 촌각은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락가락하고 있었지요

 

왠지 불안했던 멀리 사는 친구의 성화로

가까이 있는 친구들이 달려갔을 때는

마지막 숨을 들이켜고 있었으나 넋만은 있었다네요

 

다급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현대 의학으로도 어쩌지 못하고

다음 날 새벽인 1/1/2016 병신년에

제일 먼저 해님을 맞이하러 떠나 돌아오지 못했답니다

5년이 지났는데도 

그리움만 남기고

 

Brooklyn Heights 1/25/2016

 

겨울에 떠난 사람/배 중진

겨울이 좋다고 하더니
뭐가 급한지 신년 초하루 새벽녘에 조용히 떠난 친구
생각하다 말기를 거듭하다가
돌아다보니 벌써 5년 전

친구가 그리워
눈이 채 내리기도 전에
비슷한 모습을 만들어 본다

잊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즐기지 못한 겨울을 강조하려
털모자와
목도리에 가죽장갑도 챙겼어

세월은 햇빛인가
점점 녹아 사라진다
자네의 모습이

그런 내가 두렵고
눈 내리는 날을 또 기다린다
그리운 모습을 다르게 치장하려 준비한다

(2/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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