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무당거미/배 중진

배중진 2020. 9. 30. 02:14

무당거미/배 중진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횡단보도 근처

경찰차가 조용하게 건널목을 주시하고 있고

높은 곳의 건물에서 그 경찰차를 살피는 사람이 있었으며

많지 않은 자동차가 질주하는 6차선 도로이지만

양쪽으로 주차할 수 있게 만들어 보통 4차선이다

 

가끔 그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치여

나는 가급적이면 이용하지 않고

조금 더 올라가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

항상 안전하게 신호를 받아 건너곤 한다

 

그러나 성질이 급한 사람들은

차가 오는 것이 뻔히 보여도 건너려고 하고

달리던 차도 느리게 걷는 보행자를 마냥 기다리지 못하고

채, 사람이 길을 건너지 않았어도 획 지나친다

 

무당거미처럼 순간을 기다리는 경찰을 보고

사람이 건너는 것을 확인하면서

달리는 차가 걸렸다 싶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경고등을 켜고 바로 쫓아간다

 

예상했던 사건이 일어나 쾌재를 불렀다

시민은 교통질서를 지켜야 하나

월말이라 할당량을 채우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학생들이 모두 등교한 이후라

학생보다는 일반 시민이 활보하고 있었고

더 큰 희생자, 어린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는 차원에서

교육 내지는 훈도하는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한 번 걸린 인간은 아마 지나갈 때마다

정신 차리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리라

무당거미가 숨죽이고 있건 왕거미가 노려보건

이웃을 위해 또는 자기 식구를 위해

 

8/11/2019 Bronx Zoo

'詩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떨어진 가을/배 중진  (0) 2020.10.08
홍시/배 중진  (0) 2020.10.01
인연/배 중진  (0) 2020.09.27
추석/배 중진  (0) 2020.09.25
후회막급/배 중진  (0) 202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