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안개/배 중진

배중진 2020. 5. 27. 06:14

안개/배 중진

 

안갯속을 헤쳐나간다는 것은 

무척이나도 답답한 일

그렇거나 말거나

자욱한 안개는 죽은 듯이 조용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여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진 멀쩡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고 사라지지만

역병은 보이지도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강력한 햇볕이 내리쬐어야 하는데

시원한 바람이 몽땅 데리고 사라져야 하는데

 

쥐 죽은 듯이 잠잠하고

숨 막힐 듯이 답답하다

 

어둠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진창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속 시원하게 물러날 때까지는

우린 숨어 지내야 한다

한 방울의 안개라 할지라도 피해야 한다

속수무책이다

운다고 사라질 공포의 전염병이 아니지만

언젠간 이 또한 사라지리라

 

5/26/2019 방문

 

건각과 건강을 자랑할만합니다. 이곳, 뉴욕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매우 적당하다고 인기가 급상승했답니다.
공원은 아직도 폐쇄되었지만, 파크웨이는 일요일마다 일부 구간을
자동차 없는 구간으로 설정하여 동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 전부 다 나와
자유를 만끽하고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안전제일을 주장하는 저는 번거로움을
핑계로 참여하지는 않는답니다. 멋진 신록의 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활동이 부자연스러운 요즈음, 별로 하는 것이 없지만 작년 오늘은 뭘 했나
살폈더니. 온갖 꽃들이 질세라 서로 향기를 그윽하게 품어내고 있었고
새들도 동물도 자연을 즐기고 있었으며 바닷가 수영장엔 인산인해로
서로에게 두려움이란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그때 오늘을 예상 못 했겠지만
오늘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느꼈답니다. 저렇게 소중한 자유와 건강.
평생 우리가 지켜야 하는데 지금 헤매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모두 반듯하게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우리 인생을 즐겨야 하겠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가끔, 인생은 안갯속이지 생각도 해봅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삶이
될 수도 있지만 꿋꿋하게 의지를 상실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면 언젠가는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안개가 되리라 생각도 합니다. 어떤 때는 안개가
나의 머리 부분만 존재하여 혼자만 헤매는 것을 의식하기도 하지요.
안개밖에서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길을 잃은 사람이 저 안에서
좌절하고 있겠구나 하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지만 나와 너를 위해서 고통을 참습니다.
즐거운 6월이 되시기 바랍니다.

 

4촌 형 한 분이 과천 중앙선거위로 부정선거 의혹 해명 촉구 집회에 참석한다면서
사진을 보내왔네요. 70이 넘는 양반이 뒤늦게 그런 곳에 뛰어들어 대전에서 버스로
올라가고 있는 모양인데 안위가 걱정입니다. 한번 뛰어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당찬 사촌 형인데 우리 사촌들에게 호소하지만,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이제까지
잘 견디어 오셨습니다. 미국은 많이 풀렸어도 이발을 하지 못해 머리 만지느라
아침에 일어나면 고생 좀 합니다. 지저분하게 산발한 모습을 언제 보았던가 싶더군요.
즐거운 6월이 되시기 바랍니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 그리워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면 전혀 만나고 싶지 않은 인연도 있더군요. 빨리
피했으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 악연인지도 모릅니다.
가능하면 서로를 피하면서도 그런 곳에서조차 배움이 있지 싶습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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