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오고 가지도 못하는 심정/배 중진

배중진 2020. 5. 15. 00:03

오고 가지도 못하는 심정/배 중진

 

티베트 친구가 그의 고향에 갔다

가는 이유를 자세히 알지는 못했어도

모처럼 어머니가 계시는 곳으로 가는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갈 때만 해도 세상이 어수선하긴 했지만

인도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바로 직전이라

통제를 심하게 하지 않던 시기여서 천만다행이었는데

 

그곳도 신성한 곳은 되지 못하여

모임을 해산시키고

큰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어 고향으로 낙향하느라

몽둥이를 든 경찰들이 강제성을 띠고 눈을 부라리며 휘두르니

불쌍하고 궁핍한 시민들이 도망치느라 아수라장이고 가관인데

 

미국으로 탈출할 방법이 전혀 없고

무선통신 시설이 가까운 곳엔 없어 세상으로의 연락이 두절되었으니

24시간 끼고 살던 친구에겐 지옥일 듯

아우성에 가까운 친구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나

뾰족한 수단이 생각나지 않는다

얼마나 고향에 묻혀 살지는 

티베트의 운명만큼이나 요원하다

 

아직도 직업전선에 나가 장래의 안전을 위해 사투하여야 하는데

저를 어쩐다

대다수의 은퇴한 친구들은 측은지심으로 혀를 끌끌 찬다

누구도 내일의 일을 예측할 수는 없다

 

*고향엔 친구들도 다 도회지로 떠났고 연로하신 어머니 혼자 사시며 촌에는 많지 않은 사람들만
남았다고 하네요. 인도 속의 작은 부분이 허락되어 그들끼리 살아가지만 대부분의 티베트인은
다른 나라에서 고국을 걱정하는 중. 종교에 너무 심취하여 독립투쟁을 하는 것 같지 않지만
다 그들의 업보라고 여기면서 언젠가를 위해서 불교에 심취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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