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들리고 보이나요/배중진

배중진 2011. 3. 10. 05:13

들리고 보이나요/배중진


1970년대 집집마다 TV를 들이고
안테나를 세웠던 경험을 아시리라
잘 보이지 않으면 밖에 나가
고연히 흔들었던 문명의 흉물들

접시꽃을 보니 불현 듯
그 시절이 생각나고
저녁을 끝마치기도 전에
대문을 두드리는 동네 꼬마 녀석들

마지막 애국가가 울려 퍼져야
자리를 털고 일어서시는 어르신들
쥔장은 벌써 퍼져서 코를 골고
뒤에 남아 있는 담배 꽁초들

이제는 선으로 무선으로 신호를 받고
디지탈이다 뭐다 복잡하기만 하고
방송국도 많고 볼거리도 많지만
그때의 순수한 마음들은 어디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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