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싸가지없는 후배/배 중진

배중진 2018. 12. 15. 03:30

싸가지없는 후배/배 중진


가끔 생각한다

생각할 때마다 불끈했다가도

피식 웃는다


좁은 곳에서 살면

서로 부닥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겠느냐 마는


불편해도 다 극복하는 지혜를 배웠기에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더 높은 곳으로 치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좋은 학교에도 껄렁거리는 후배가 있었고

그 주위에는 비슷한 선, 후배가 담배를 꼬나물어도

얌전한 선배는 제 앞길만 살피며 가느라 

억센 불량배들의 세계를 잘 몰랐는데


하루는 싹수없는 후배가

느닷없이 다가오더니

다정하게 지내는 친구, 누구와 중학교 동기이고

말 놓고 지내는 사이이니

우리 앞으로 선후배 따지지 말고 친구처럼 지내잔다


황당했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이 얼떨떨했지만

비장한 결심을 하고 나오는 후배한테

까불지 말라며 후려칠만한 능력이 못 되어 가슴이 아팠고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데도 생생하고 그 눈깔이 표독스러워 움찔한다


아무리 선배가 앳되고 우습게 보여도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는

들어와서는 안 되는 것이 불문율 아니었던가


살다 보니 별문제가 생기지만

그런 후배와 아웅다웅하지 않았던 삶이 얼마나 다행이었고

두 번 볼 일이 없어 얼마나 행복한 현재까지의 삶인가만은

옛날 말 못 할 사정 중에서도 뚜렷하게 기억하는 사건인데

충격으로 잊을 수가 없는가 보다













Assumption of the Magdal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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