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없는 후배/배 중진
가끔 생각한다
생각할 때마다 불끈했다가도
피식 웃는다
좁은 곳에서 살면
서로 부닥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겠느냐 마는
불편해도 다 극복하는 지혜를 배웠기에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더 높은 곳으로 치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좋은 학교에도 껄렁거리는 후배가 있었고
그 주위에는 비슷한 선, 후배가 담배를 꼬나물어도
얌전한 선배는 제 앞길만 살피며 가느라
억센 불량배들의 세계를 잘 몰랐는데
하루는 싹수없는 후배가
느닷없이 다가오더니
다정하게 지내는 친구, 누구와 중학교 동기이고
말 놓고 지내는 사이이니
우리 앞으로 선후배 따지지 말고 친구처럼 지내잔다
황당했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이 얼떨떨했지만
비장한 결심을 하고 나오는 후배한테
까불지 말라며 후려칠만한 능력이 못 되어 가슴이 아팠고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데도 생생하고 그 눈깔이 표독스러워 움찔한다
아무리 선배가 앳되고 우습게 보여도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는
들어와서는 안 되는 것이 불문율 아니었던가
살다 보니 별문제가 생기지만
그런 후배와 아웅다웅하지 않았던 삶이 얼마나 다행이었고
두 번 볼 일이 없어 얼마나 행복한 현재까지의 삶인가만은
옛날 말 못 할 사정 중에서도 뚜렷하게 기억하는 사건인데
충격으로 잊을 수가 없는가 보다
Assumption of the Magdal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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