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은 눈이 내리네/배 중진
생각지도 않은 눈이 내린다
내리는 것이 누구와 똑같다
덮을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고
화낼 일도 없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구급차처럼 빠르게 짓쳐나가다
천천히 늦장을 부리고
큰 덩어리다
세세하게 다투며
내것 네것 따지지 않는 듯한 인상이다
순한 느낌이다
꽁꽁 얼어 표독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예의를 지킬 줄은 안다
방충망을 애써 뚫고 방안으로 들어오려고 아예 하질 않는다
먼 곳까지 달려오느라 감정이 상했으련마는
관용을 베풀어 모든 억하심정을 누그러뜨린다
눈이 눈임을 알게
하얀색으로 은총을 베푼다
내려도 그만
안 와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과 어쩌면 그리 똑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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