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배 중진
벌써 몇 주째인가
감기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고
기침이 심한 것은 잦아들었는데
괴로울 때마다 가래가 들끓어 오른다
오늘은 상태도 점검할 겸
하얀 세면대에 뱉어 보았더니
선지피가 섞여 가슴이 뜨끔하다
확인하느라 다시 뱉었는데
외계인처럼 두 눈이 크게 생긴 얼굴이 보여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수돗물을 트니
뭉크가 그린 '절규'처럼 악을 쓰며 사라지는 것을 보고
예술이라 느끼기도 했다
술술 넘어가리라 생각했던 연말연시가
의술을 비웃듯 하는 기침 감기에 쩔쩔매는 꼬락서니라니
어서 일어나야지
긴 잠에서 깨어나야지
생각뿐이고
큰 짐승이
기침 때문에 당황하여 얼굴이 빨갛다
코가 발갛다
눈언저리는 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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