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숫대/배중진
봉황의 뜻을 어찌 알리요
이른 봄 비가 오던 날 심던 수수
옥수수와는 또다른 색깔로 다가오고
밭가운데 심는 이유 또한 어린마음에 궁금했지요
그랬다 심어 놓고 몇 번 밭만 매주면
그들은 알아서 척척 잘 자랐으니
가을에 새들만 조심하면
할아버지 쌈지는 두둑해지겠지
바람도 수수하게 불던날 아침
밭에 나가셨던 할아버지의 안색이 돌변했고
화가 하늘을 찌르더니 아연한 기색이었다
수수깡이의 목이 다 잘려나간 것이었다
언젠가 일어난다는 일본놈이 싹쓸이 용으로 가져갔나
중국놈들이 고량주를 만들려고 떼어갔나
소련놈들이 속이더니 슬쩍했나
미국놈들 믿지말라고 하더니 기어이 사단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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