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이다/배중진

배중진 2011. 3. 8. 04:37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이다/배중진

2003년 US Open Grand Slam Tennis 대회를 석권했고
대포알 같은 강서브로 상대선수를 위협하던 Andy Roddick
처음으로 2회전의 벽을 뚫지 못하고
그토록 열렬하게 환호하던 홈관중들 앞에서 개창피를 당하고 사라졌다

밀림을 호령하고 질서를 잡았던 늙은 숫사자는
사촌 동생들과 조카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압력에 이기지 못하고
강한 종족 번성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정글을 도망치다시피 피를 흘리며 빠져 나가야만 하는 설움이 있다

노구를 이끌고 아비규환인 한반도의 전쟁속에 뛰어든
맥아더 대원수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여
우리의 숨통을 틔워 주었고 불쌍한 한민족을 공산주의 자들로 부터 지켜주었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의회강단에서 했던 이 말은 영원히 우리의 뇌리에 박혀있다

유명한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강조하셨고
말씀처럼 훌훌털고 불속으로 열반하셨으며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씀과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된다고 하셨다

살아있는 생물은 영원함이 있을 수 없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묵묵히 원치않는 길을 가고 있음이여
인간이기에 생각하며 슬퍼하지만 그 누구도 거역하지 못했음이라
우린 단지 아름답게 사라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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