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밤에 퍼붓는 소나기/배 중진

배중진 2018. 9. 28. 01:22

밤에 퍼붓는 소나기/배 중진


어둠이 짙어 하늘이 검은 줄을 몰랐다

보름달이 나오지 않는 것만을 탓했지

계단이 미끄러운 것을 늦게 알았고

빗물인가 생각했는데 습기였다


무엇을 먹으러 나갈까

궁리하는 것도 지친 것이

매일 외식을 하기에 갈만한 곳이 생각나도

음식을 떠올리면 다른 것을 먹고 싶기도 한데


이른 가을에

숨을 쉬기도 어렵게 습도가 높아

낮에는 반바지를 입었으나

밤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 긴 옷으로 갈아입고


탈탈 언덕을 내려갔다

오래간만에 가는 곳이었고

공사판이 벌어져 그동안 뜸했던 이유 중의 하나였는데

싱싱한 샐러드가 생각났다


체중을 생각해

열량이 매우 낮은 것을 시켰고

속에서 양이 적다고 불만을 부글부글 끓여도

한 끼를 해결했기에 만족한 상태로 나왔는데


굉장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여

근처 대형 식품점에 들러

우산을 또 구매하려 했더니

임시방편을 위한 것으로는 매우 비싸 갈등에 휩싸였고


호우 성 빗물을 처량하게 바라보면서

막연하나마 그치길 기대했는데

근래에 들어와서 큰비를 감당하지 않았기에

너무 큰 충격이라 한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뛰어서 갈까?

택시를 부를까?

한참 망설이다가 뜸한듯하여

어둠 속을 헤치면서 재빨리 집에 도착하니


신발을 뚫고 물이 들어와 양말이 젖었으나

질주하는 차량이 가르는 물벼락에 맞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고

열기까지 가져가 시원함을 느꼈으며

모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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