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방앗간/배 중진

배중진 2018. 8. 20. 14:14

방앗간/배 중진


길가의 주차장엔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찼고
작은 공간에, 아주 좁은 곳에
누군가 새들의 모이를 뿌려 놓았는데
헌책방이 있어서인지는 모르되
건널목이 끝나는 지점이지만
매우 멋진 공간이 버젓이 놓여 있고


도로를 가로질러
레스토랑의 바깥쪽으론
향나무가 있어
밀려드는 자동차만큼
참새들이 분주하게 찾아 들었다


잠시 쉬었으면 싶은데
깔깔거리듯 먹이 있는 곳으로
쪼르르 여럿이 낮게 날아 길을 건넜다가
포르르 이쪽으로 금세 다시 날아온다


길을 건너는 사람들은 차에만 신경 쓰느라
참새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모이 위를 걸어가기도 한다


부모가 밀어주는 유모차에 앉아 있는 아이들만이 

간혹 손을 뻗을 줄 알았고


새끼는 그 와중에도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날개를 바르르 떠는데
어미가 먹이를 주우면 떠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때마다 입을 맞춘다


도망가기 싫으면 자동차 밑으로 잠시 피했다가 나오는 것을 보니
인간이 무섭지도 않은가 보다


그쪽 가까운 곳에서는 나이 지긋한 사람이
길가의 의자에 앉아 텍스팅하는 것인지
신문기사를 읽는지는 몰라도
줄기차게 휴대전화기를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팔렸고


레스토랑 안쪽에서 힐끔힐끔
참새들의 세상을 엿보는 사람이 있었다
방앗간을 찾은 사람이 있었다

































'詩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모습에 반하여/배 중진  (0) 2018.08.26
이별의 고통/배 중진  (0) 2018.08.24
음침한 초가을/배 중진  (0) 2018.08.15
두 갈래 길/배 중진  (0) 2018.08.14
손이 닮은 이모/배 중진  (0) 2018.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