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침한 초가을/배 중진
뜨거워 허덕이며 잊고 있던 가을이
올 것 같지 않은 가을이
귀뚜라미 소리와 같이
서늘함으로 찾아왔네요
잦은 소나기로
숨어있던 매미가
청승맞다는 느낌까지 들고요
지글지글 태우듯 덥다고 해도
시원하다는 엉뚱한 대답으로
숨을 멎게 하더니
짧은 삶일지라도 갈 길이 멀지 않았지 싶은데
난데없이 날아온 비보는
30년 전부터 알고 지냈던 분이 자주 뵙지는 못했어도
잘 계시리라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했다는 것이네요
그것도 객지에서 말입니다
역마살이 꼈는지
젊어서부터 파독광부로 갖은 고생을 했고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좋았으련만
미국으로 들어와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어
한인사회에서도 명망을 얻던 분이신데
80세도 채 되기도 전에
훌홀히 떠나셔
식은땀이 흐르도록 음산한 기분입니다
시원한 계절
좋은 세상을 남겨놓고
아는 사이였기에 불행이었고,
안타까우며
영광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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