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에 반하여/배 중진
어느 가을날
하늘도 높고 짙푸른 날이
고통이 시작되던 날이 될 줄이야
은행에 들어가려는 순간
지나친 뒷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
일을 제대로 보기나 했는지는 몰라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여
가슴이 쿵쾅거리며 젊음이 난도질하던 시간
어디 가서 그녀를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막연히 꿈꾸던 시절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간 날들
운명의 여인을 잊을 수도 있구나!
안타까우면서도 씁쓰레하고 풀 죽어 있을 때
느닷없이 테니스 코트에 화려하게 펼쳐진 여인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그녀를 잊기 위하여 몸을 혹사하던 참인데
즐거운 나날 또한 덧없이 흐르고
서로에게 존재를 확인케 한 행복한 세월
속절없게 젊음도 가고
안타깝게 인생도 달라지고
불행하게 환경도 변하면서
우리 사이 거리도 생겼지만
자주 볼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그리움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무심해도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고
무료하게 시간 보내지는 않는지 물어보고 싶었고
무탈하게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도 싶었다
남의 정원에 핀 매혹적인 꽃이었기에
감히 꺾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 것이
오늘날까지 험하고 덧없는 세상을
의미 있게 살도록 받쳐주지 않았던가
숙명의 여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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