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된 충견/배 중진
18세나 된다는 충견이
주인의 그림자를 멀찌감치에서 밟으며 움직이는데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먹었으나
코로 귀신같이 감지하고 따라다닌다
뒷다리가 성하지 않은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비록 천천히 다니지만
사랑하는 주인과 교감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였다
화장실 가고 싶으면
주인이 알아차리고 앞장서 문밖으로 나가고
코를 박고 눕는다 싶었는데
금세 코를 골며 자는 모습에서 연민의 정을 느낀다
가끔 숨이 가쁜지
길게 가슴을 쥐어짜는데
도울 수만 있다면 돕고 싶었다
그래도 우리의 나이는 30, 40, 50 그리고 60년도 거뜬한데
고작 18년이지만 그들의 삶에서는
굉장히 장수하는 편이란다
주인의 친구들이 왔다고
얌전하게 앉아 있는 자세는
털에서 윤기가 흐르고
깨끗한 모습만큼이나 아름다웠으며
비록 나이가 들었어도
존엄성을 내비쳐 매우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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