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늦었다 함은/배 중진
생기가 없는 우중충한 색깔에 휩싸여
강한 바람에 견뎌야 하고
혹한에 얼어 죽지 않아야 하고
열기가 빠져나갈까 두려워
입도 벙긋하지 않았으며
살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작은 눈만 껌뻑이었지 않았던가
그것도 자주가 아닌 가끔
시간은 흘러
달력을 넘기고
삼월이 도래하니
눈을 부릅뜨고 봄을 찾기 시작한다
열망하기에
벌써 왔으리라 짐작도 하면서
그러나
요지부동인 겨울은
꼼짝하지도 않고 둘러붙어
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인간의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심술을 부리곤 하지
누구나 봄이 늦게 온다고 불만이 가득해도
겨울을 이긴 새들은
알을 낳아
굶주림과 추위도 무릅쓰고
알까기 하여
줄줄 데리고 나와
먹이를 찾고 있으니
참으로 신통방통도 하거니와
그 누가 봄이 늦게 왔다고 할 수 있으랴
'詩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양반이/배 중진 (0) | 2018.05.14 |
---|---|
어머니날/배 중진 (0) | 2018.05.14 |
두 발 가진 자여/배 중진 (0) | 2018.05.06 |
죽음을 무릅쓰고/배 중진 (0) | 2018.05.03 |
비틀거리는 늦겨울/배 중진 (0) | 2018.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