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가진 자여/배 중진
바람이 모질게 부는 바닷가
그나마 양지쪽이기에
풀들은 아무 말 없이 자라고 있었고
오래전에 자리 잡은 풀씨를 탓하지 않고
남보다 열심히 살았기에
오늘날까지 이르렀는데
운명적인 날
예고도 없이
두꺼운 아스팔트가 깔릴 줄이야
누굴 원망하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끊임없이 절망과 맞싸워
고개 쑥 밀어 올리니
찬란한 태양도 깜짝 놀라 어이없어하고
겸연쩍은 낯빛으로 이젠 영영 못 볼 줄 알았다며 핑계를 늘어놓더라
두 발 가진 이여
숙명이라 여기지 말고, 불평불만 접고
더 높고 넓은 곳을 향하여 묵묵히 나아갈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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