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두 발 가진 자여/배 중진

배중진 2018. 5. 6. 06:37

두 발 가진 자여/배 중진


바람이 모질게 부는 바닷가

그나마 양지쪽이기에

풀들은 아무 말 없이 자라고 있었고


오래전에 자리 잡은 풀씨를 탓하지 않고

남보다 열심히 살았기에

오늘날까지 이르렀는데


운명적인 날

예고도 없이

두꺼운 아스팔트가 깔릴 줄이야


누굴 원망하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끊임없이 절망과 맞싸워


고개 쑥 밀어 올리니

찬란한 태양도 깜짝 놀라 어이없어하고

겸연쩍은 낯빛으로 이젠 영영 못 볼 줄 알았다며 핑계를 늘어놓더라


두 발 가진 이여

숙명이라 여기지 말고, 불평불만 접고

더 높고 넓은 곳을 향하여 묵묵히 나아갈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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