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단순 화재로 위장한 살인사건/배 중진

배중진 2018. 4. 8. 13:03

단순 화재로 위장한 살인사건/배 중진


건설 경기는 부진하고

부채는 자꾸만 눈두덩이처럼 불어나

살아나갈 묘책을 강구하다가

50억 원짜리 보험금을 들었는데

다달이 들어가는 할부금이 장난이 아니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수익자는 사랑하지도 않는 부인 앞으로 했는데

부인도 모르게 들었다는 것이었고


그리곤 본인과 똑같은 신체를 가진 비슷한 얼굴을 물색하던 차

자주 드나들던 대형 건설 자재상에 그런 사람이 있어

거의 똑같도록 수염도 기르고 문신도 새겼으며

매일 방문하여 친밀감을 느끼게 하여

거리감이나 어색함을 아예 싹 잘라버렸기에

남들이 보면 쌍둥이라 부를 정도로 착각했는데


사건 당일

부업을 하기 위해 오기로 한 비슷한 사람이 오지 않자

악마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지 않고

정말 애매하고 순진한 스무 살 청년을 차선책으로 준비했다가

뭣도 모르고 차고로 들어오는 불행한 아이를 뒤에서 마취시켜

차 밑에 대신 뉘어놓고

잭을 올렸다가 안전사고로 내려진 것같이 꾸며 압사시키고

전등이 떨어지면서 불이 나

전소시키는 것으로 사건을 꾸몄다


모두 그렇게 40대 사업가가 비명횡사하여 영영 떠난 것으로 알고 있었고

부인도 부랴부랴 시체를 화장시켜

증거인멸하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아무리 완전범죄에 가까운 살인을 저질렀다 하여도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는 노련한 수사관들의 지혜를 어찌 피할 수 있으랴


여러 정황을 검토하면서 수사망이 좁혀오자

나쁜 놈은 타주로 도주하여 신분 위장을 하였어도

더는 도망갈 수 없음을 알자

극악무도하게 방아쇠를 당겨 자살했고


살인자를 도와준 부인은 혐의는 있어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지만

언젠가는 구속되리라

사필귀정이라 했으니


천만다행으로

보험금은 선량한 피해자의 어머니가 70억 원을 받아냈어도

외아들이 없는 세상 돈이 무지하게 많이 있으면 무엇하랴


상식 이상으로 잘 대해주는 사람과도 거리를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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