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어느 목사님의 통곡/배중진

배중진 2011. 2. 25. 01:45

어느 목사님의 통곡/배중진

무척이나 찌고 모두들 헉헉대던 뜨거운 여름 날
올망졸망 열 살 먹은 세 명의 어린애들이
부모 몰래 강가에 나타났다
너무 더웠지만 신작로를 따라 이곳까지

최근에 내렸던 비로 인해 물이 불었지만
그래도 맑기만 하였고 그들은 즐거웠다
바로 뒤에 일어날 불상사를 모르는 채
두 명의 소년과 예쁘장한 소녀는 자유스러웠다

소녀의 몸이 진흙에 미끄러져 기우뚱 하는 순간
그녀는 물속으로 텀벙 떨어졌고
두 소년은 따라가며 손을 내밀었으나
도움이 되지 못하고 그녀는 그렇게 사라졌다

그녀는 절규와 당혹함으로 허우적거렸지만
결국은 잠잠했고 강물은 덧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두 소년은 집으로 무섭게 달려와
그 한 여름에도 식음을 전폐하고 솜이불을 뒤집어 썻다

어린 양이 돌아오지 않는 집이 있었으며
동네방네 샅샅이 찾아 다녔지만 아는 이가 없었다
하루가 지났지만 소년들은 무서움으로 계속 떨고 있었고
비가 몹씨도 내리고 있는 여름 날이 그 이후 계속되었다

어른들이 소식을 접하고 횃불을 들고 강변을 밤낮으로 훑었다
무심한 하늘에선 비가 주룩주룩 쏟아져 강물은 사납게 흘렀고
그녀는 삼일 후 퉁퉁하게 부은 주검으로 표류하고 있었으며
목사인 아버지의 처절한 절규는 비올때마다 그곳에서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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