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흰 눈이 녹던 날/배 중진

배중진 2018. 2. 22. 00:15

흰 눈이 녹던 날/배 중진


생각지도 않았는데

세상을 덮으려는 듯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강아지처럼 밖으로 쏘다니며 좋아했는데


갑자기 남풍이 불기 시작하고

훈훈함이 마음마저 녹이던 날

무엇이 원통했던지

주룩주룩 빗방울을 퍼부으니

겨우내 체했던 더러운 것들이

시원하게 빠져나가고


석양을 맞이한 까마귀들까지

잠자리에 드는 것이 아쉬웠는지

높은 거목마다 검은 잎으로 달라붙어

승전 가를 목청이 터지라 부르는 것이


하얗던 세상이 

추위를 느끼게 했던 눈 얼음이

꼼지락거리며 사라지는 것을 보았기에

서로 뒤쫓고

공연히 날아다니며

한바탕 아수라장을 만들곤

깃털을 날리며 까옥까옥 멀리 사라진다


어둠 속일지라도

분명 그들에겐 내일이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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