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양탄자/배 중진

배중진 2018. 2. 19. 14:00

양탄자/배 중진


오래전에 거실에 깔아도 좋을
양탄자 두 개를 친구에게 주고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잊었는데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구경하러 오라고 하여
눈이 쌓인 길을
헤치고 방문하였답니다


있을 땐 좋았지만
없어도 그만이었던 것이
남의 집 안방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내심 반가웠고
요긴하게 쓰이고 있어
이곳이 적재적소였고
사랑받는 곳이지 싶더군요


이민자의 삶이 고달파도

선량한 사람인지라

양탄자 이외에도 

주위에서 여럿이 도와

보기에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 물건도

추위를 이겨내고 배고픔을 감당하는데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어 천만다행이었으며


믿음이 강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라

먼 훗날엔 행복하지 않겠나 믿어 의심치 않는다

'詩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로를 잘 아는 사람들/배 중진  (0) 2018.02.23
흰 눈이 녹던 날/배 중진  (0) 2018.02.22
눈이 내려 못 오시나/배 중진  (0) 2018.02.15
신기루/배 중진  (0) 2018.02.06
공백/배 중진  (0) 201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