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동생 흉보기/배중진

배중진 2011. 2. 25. 01:15

동생 흉보기/배중진


저녁을 먹고 우린 한 방에서 뭔가를 각자 열심히 하고 있었다
길다란 형광등 아래에서 5명의 애들끼리 놀고 있었는데
아마도 누나는 밀린 숙제를 하고 있었지 싶다
TV, 전축은 생각도 못했었고 우리들의 몸동작이 유일한 소음이었었지

거칠은 남동생은 엄마가 애써 떠주신 푸른 털실 바지와 얼룩 스웨터를 입고
가위를 들고 뭔가를 오리더니 급기야는 무릎을 세우고
싹뚝싹뚝 자기 바지를 가위질하고 있지 않던가
하지마라 보다는 고함을 쳐서 엄마를 불렀던 기억이다

물론 눈물 쏙 빠지게 혼이 났던 것은 사실이었고
무엇이 불만이었는지는 지금도 궁금하다
장난감이라야 초로 만든 탱크와 노란 플라스틱 버스 뿐
무료했던 저녁이었으리라 그래서 변화를 꾀했는지

저녁을 적게 먹어 출출했었나
윗방에 가면 고구마도 많은데
형이 놀아주질 않아서 혼자 뻗치는 힘을 다스리기 힘들었나
기운이 형보다 더 세던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호적수였던 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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