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고개숙인 남자/배중진

배중진 2011. 3. 7. 13:36

고개숙인 남자/배중진


말이 없는 아름다운 남자
나이가 들수록 할 말이 없는 남자
세상 모든 것은 이미 경험했고
구태여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남자

봄바람이 불어오니 모든 것이 분홍색이었고
여름이 들끓더니 세상을 다 얻은 듯 했으며
가을엔 멋대로 화려하게 색칠도 하고
겨울엔 흰머리 날리며 주름을 감추어 본다

잃은 것은 무엇인가
무슨 아쉬움이 남았는가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곤
다소곳이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그래도 살만했으며
그대가 있어 같이 즐거웠고
그만큼 살았으면 적당하다며
그동안의 사랑에 감사를 드리는 말없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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