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

방패연/배 중진

배중진 2016. 2. 14. 04:02

방패연/배 중진

 

깊은 가슴 속 자리하고 있는 그리움을 높이 띄워

멀리 날려 보내려 하지만

 

손끝에 와 닿는 촉감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팔랑거리며 까불고 코웃음 치고

협박을 하듯 으르렁거리며

화가 난 듯 치솟아

 

이제는 정을 떼고 싶어

공연히 이웃에게 다가가 시비를 건다

 

옥신각신

서로 감고 목을 늘린 뱀이 싸우듯 씩씩거리다

 

스르르 풀려

너울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에서

그리움을 액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 옛날에는

 

 

 

 

 

 

 

 

 

 

 

 

 

 

 

 

 

 

 

우린 액에 관한 것은 모르고 나무가 없는 야산에 올라 그 추위를 무릅쓰고
남의 묘에 웅크리고 앉아 하늘 높이 날리면서 연싸움도 마다치 않았지만
저는 싸움이 싫어 멀찌감치 떨어져 바둥바둥 올라가는 모습을 소중하게
여겼고 틈만 나면 대청마루 밑이나 광에 숨겨놓은 것을 들고 나가 끝도 모를 세상을
동경했는지도 모릅니다. 화롯가에 앉아 연을 만들던 시간이 어제처럼
생생하고 누가 간섭도 하지 않아 방패연을 자주 만들었던 기억이지요.
대나무는 비닐이나 종이우산에서 떼어내 잘 다듬었고 구멍은 화로에 있는
불씨를 이용했으며 풀은 없고 밥풀떼기로 붙이곤 했었지요. 음양의 태극은
크레용이 있었는데도 왜 색칠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연을 높이 멀리 띄워
둥구나무에 걸리지 않고 부엌에 계시는 어머니가 볼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도
없지 않았었는데 바람은 그쪽으로 불지 않았지요. 멋진 육각의 실타래가 있었고
넓적한 것도 있어 가끔은 눈이 내릴 때도 들고 나갔던 기억입니다. 연이 끊어지면
논과 밭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 챙겨오곤 했었고요.

 

끊어지면 액땜했다고 하고 연싸움에서 진사람이 주워와야 하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기술에는

튕김
줄주기
감아치기
찍기 등이 있음.

 

상하좌우 마음대로 보낼 수 있어야 하고
실에다 유릿가루를 발랐는데 요사이는 금강석가루를 수입해서 사용하며
순식간에 엇갈리면서 상대방의 실을 칼날같이 끊어버림.

 

바람을 이용하는 연
신선한 바람
깨끗한 바람

 

방패연/배 중진

방긋방긋 웃으며 자꾸 올라가는 방패연
패기만만한 모습이지만 겁도 많은 듯
연신 애원하며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감아달란다

 

팽팽한 긴장
어르고 달래고
당겼다 풀어줬다
툭툭 건드려도 보았고
격려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이웃과 다툼이 싫었고

 

연-감개

[방언] ‘얼레1(연줄, 낚싯줄 따위를 감는 데 쓰는 기구)’의 방언(강원, 경기, 충남).

 

연감개

 

1/9/2012 사진
10/15/2012 파일

 

동네꼬마 녀석들 추운줄도 모르고 언덕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연을 날리고있네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날으는 예쁜 꼬마연들이
나의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앉아 세상 소식 전해준다

*풀먹인 연실에 내 마음 띄워보내 저멀리 외쳐본다
하늘높이 날아라 내맘마저 날아라 고운꿈을 싣고 날아라
한점이 되어라 한점이 되어라 내 맘속에 한점이 되어라

동네꼬마 녀석들 추운줄도 모르고 언덕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풀먹인
울먹인

 

연/라이너스

 

옛날에 들었던 곡들입니다. 가사는 잘 모르지만 한때 즐겼던 노래이지요.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대장님 댓글

지는 꽃은 욕심이 없다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견뎌온 나날들을 생각하며
나무는 바람 속에서 얼마나 애가 탓을까

그러나 결국
나무는 꽃을 바람에 되돌려 준다.
그토록 아름다운 꽃들을
겨우 몇 날 지니다가 다시 풀숲이나
흙 바닥에 뒹굴게 하고 말았을 때
얼마나 가슴 아렸을까

그러나 어떤 나무도
꽃송이를 일년내내 지니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나무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욕심,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만약에 어떤 꽃이 일년내내 지지않고
피어 있다면, 그건 조화일 것이다.

우리가 이룬
아름답고 영예로운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시간 속에 묻히게 되어있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억지로 영광과
영화로운 시간을 끌고 가려는 것은 욕심이다.

일이 이루어 지려는 데는
반드시 그 만큼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너무 빨리 가려고 하면,
멀리 못가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지치고 힘들 때면,
자신을 놓아 주어야 한다.
바람 앞에 나무가 꽃을 놓아 주듯이
더 달라고 하면, 잎 마저 놓아 주듯이
그렇게 놓아 주어야 한다.
-<도종환님의 저서 '모과' 중에서>-

어제를 잊고 내일을 설계하라.
어제는 이미 흘러갔다.

 

하늘 산소님 댓글

물도 한곳에 모여있으면 탁해집니다.
쇳덩이도 쓰지 않으면 녹이 슬고 맙니다.
자기 울타리 안에 갇혀 좁은 생각에 머물러 있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황량한 사막, 낯선 도시를
찾아가는 것을 두려워 말고, 새로운 경험과
감각, 꿈을 키워가야 합니다.

- 고도원의《위대한 시작》중에서 -

* 그렇습니다.
틀에 갇혀있는 사람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나무도 묶어놓고 키우면 크게 자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틀을 깨야 합니다. 상상의 세계는 무한합니다.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야 합니다.

 

수선화님 댓글

3월- 詩 오세영 -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 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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