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배 중진
이른 아침부터 꿀벌들은
샘물을 마다하고
빗물을 받아놓은 곳에 나타나
나란히 거꾸로 처박고
물을 마시곤 사라지는데
몇몇은 실수로 물로 떨어져
빙빙 돌고 있어
구순을 바라보시는 분이
필사적인 노력을 해도 제자리라
안타까운지
화단에 있던 꽃삽을 물에 살짝 담그니
운이 좋은 녀석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간신히 올라와서는
인사치레할 경황도 없는지
몸을 부르르 떨곤 사라지지만
박복한 것은 진이 빠질 때까지 돌고 돌아도
지나치거나 이용할 줄을 몰랐으며
나타나는 것들마다 실수하여
아예, 그것도 모자랐던지
근처의 들깻잎을 따서
물 위에 띄우니
그 이후 물에 빠진 벌들이
용케도 알아보고 올라타 천만다행이었고
깻잎 위에서 푸르르 날아올라
사라지곤 하면서도
반복적으로 또 빠지고 서로 쳐다보곤 하는데
오늘은 죽는 꼴을 보지 않았으면
송화강 뱃노래/김동환
새벽 하늘에 구름장 날린다
에이 에이 에야 노저어 가자
구름만 날리나 내맘도 날린다
돌아다 보면은 고국이 천리던가
에이 에이 에야 노저어 가자
온길이 천리나 갈길은 만리다
산을 버렸지 정이야 버렸나
에이 에이 에야 노저어 가자
몸은 흘러도 넋이야 가겠나
여기는 송화강 강물이 운다야
에이 에이 에야 노저라 이배야 가자
강물만 우더냐 장부도 따라운다
어이야 디야 어이야 디야 어이야 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