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오토바이/배 중진

배중진 2015. 8. 31. 06:57

오토바이/배 중진

 

자전거는 탈 줄 아는데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는 겁이 많은지
애초부터 친근감이 들지 않았으며
촌에 마땅한 교통시설이 없어
두문불출하고 지내는 마당에

 

자꾸 배워보라 하시며
구순을 바라보시는 가친은
이것저것 설명을 하시지만
체면도 있어 선뜻 내키지를 않고
답답하게 땀을 흘리며
어렵게 고향방문의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지팡이에 의지하시는 아버지는
아침에 쪼르르 농협에 가셔
아들이 준 거금을 예치하시고
쌀 20kg짜리를 사서
오토바이 뒤에 매달곤 순식간에 오셨으며

 

무거워서 장정도 쩔쩔매는 오토바이를
노인회관에서 무료로 점심 주는 날이라고
걸어서도 잠깐인데
팔순 중반을 넘기신 친구들이 타고 오니 타고 갔다가
두 분을 초청하여 같이 와야 한다며
극구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과일과 맥주 및 호두과자를 반드시
친구분께 대접하여야겠다며
훌쩍 떠나시니
우정이 부럽기보다도
안위가 걱정되기만 하네

 

#과일과 맥주와 호두과자를 반드시
과일과 맥주 및 호두과자를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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