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불확실한 미래/배 중진

배중진 2015. 9. 1. 06:53

불확실한 미래/배 중진

 

아흔이 얼마 남지 않으신 분이

모처럼 온전한 정신이 들어

장인, 장모님 산소에 성묘하여야겠다고

말려도 부득부득 우기시곤

소주 한 병에 안주 몇 점을 들고 오셨다가

 

젊어서 어깨춤을 같이 추시며

처가 방문할 때마다 술자리 하셨던

사촌 처남댁을 방문하여

옛날이야기를 하시지만

모두 떠나가고 몇몇밖에 남지 않은 친척들로

허무함만 더 부추기고
옛날은 확실히 멀리 사라졌음에 몸서리치면서
술기운인지는 모르되 말씀도 이어지지 않았고

현재 사는 것도 상처하여 외로운데
몸은 안 아픈 곳이 없어
서로 슬픈 사연을 감추려

술잔을 연거푸 비우니

그 속이 온전할 수 있겠는지

 

잊어야지, 잊어야지
모든 것을 잊어야지
아무리 앙탈을 부려보고

반항을 해보아도

현실을 어찌 거역할 수 있으며

 

오늘 이런 자리 주어짐에
그저 감사하여야지
암, 감사할 일이지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음에

서로 감사하여야지

 

이 자리가 파하면

그대와 나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고 기약할 수 없음을 알기에

부둥켜안고 꺼이꺼이 눈물만 훔치네

 

아!

무정한 세월이여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종착역에 도달할 줄이야.

 

 

 

 

 

 

 

 

 

 

 

 

 

 

 

 

 

 

 

 

 

 

 

 

 

 

 

 

 

 

 

 

 

 

 

 

 

 

 

 

 

 

 

 

 

 

 

 

 

 

 

 

 

 

 

 

 

 

 

불확실한 미래/배 중진

아흔이 얼마 남지 않으신 분이
모처럼 온전한 정신이 들어
장인, 장모님 산소에 성묘하여야겠다고
말려도 부득부득 우기시곤
소주 한 병에 안주 몇 점을 들고 오셨다가

젊어서 어깨춤을 같이 추시며
처가 방문할 때마다 술자리 하셨던
사촌 처남 집을 방문하여
옛날이야기를 하시지만
모두 떠나가고 몇몇밖에 남지 않은 친척들로
허무함만 더 부추기고
옛날은 확실히 멀리 사라졌음에 몸서리치면서
술기운인지는 모르되 말씀도 이어지지 않았고
현재 사는 것도 상처하여 외로운데
몸은 안 아픈 곳이 없어
서로 슬픈 사연을 감추려
술잔을 연거푸 비우니
그 속이 온전할 수 있겠는지

잊어야지, 잊어야지
모든 것을 잊어야지
아무리 앙탈을 부려보고
반항을 해보아도
현실을 어찌 거역할 수 있으며

오늘 이런 자리 주어짐에
그저 감사하여야지
암, 감사할 일이지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음에
서로 감사하여야지

이 자리가 파하면
그대와 나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고 기약할 수 없음을 알기에
부둥켜안고 꺼이꺼이 눈물만 훔치네

아!
무정한 세월이여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종착역에 도달할 줄이야.

 

사촌 처남 집을 방문하여
사촌 처남댁을 방문하여

 

불확실한 미래

모두 떠나가고 몇몇 남은 친척들
옛날을 회상하며 만났지만
정신은 오락가락하고
몸은 안아픈 곳이 없어
서로 슬픈사연을 감춘 채
그래도 옛이야기 나누며 즐거워하는데
술이 빠질 수 있겠는가

잊어야지, 잊어야지
모든 것을 잊어야지
오늘 이런 자리 주어짐에
감사하여야지
암, 감사할 일이지
오늘 이후는 아무도 모르니까

 

yellowday2015.12.09 16:00 

슬픈 장면이군요~~~~에구

 

들리는 말씀엔 자식들에게 너무 일찍 재산을 분배했기에 지금은 찾아오는 자식들이 없어
처남들이 분개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답니다.

 

yellowday2015.12.10 07:10 

조금씩만 주고 가지고 있어야하는데요~~
그래도 아흔이 넘으면 관리할 능력이 떨어지니~~~~~~진퇴양난이군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3/5/2016

'詩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탈감/배 중진  (0) 2015.09.01
미운 개미/배 중진  (0) 2015.09.01
아름다운 황혼/배 중진  (0) 2015.08.31
오토바이/배 중진  (0) 2015.08.31
농촌을 지키는 것들/배 중진  (0) 201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