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허탈감/배 중진

배중진 2015. 9. 1. 15:52

허탈감/배 중진

 

감나무 밑에서 넋을 놓고 있는 이웃 할머니
지나가는 발걸음 소리 들렸음에도
까맣게 몰랐다가
인사 소리에 당황해하며
누구인가 한참 내려다보시네

 

매일 지나가는 사람이었다면 쉽게 알아보실 테지만
머나먼 곳에 있던 사람이
느닷없이 불쑥 나타났으니
어찌 황당해 하지 않으실까

 

감이 주렁주렁 열려 좋다고 하셨는데
빨갛게 익기도 전에
맥없이 쏙쏙 떨어지니
버릴 수도 먹을 수도 없어
한곳에 모아 놓고 울상인데
상당한 개체 수였고

 

아까운 마음에
안타까운 심정이기도 한데
감나무의 속을 어찌 알 수 있으며
말 못하는 사정이 있으려니 생각도 하면서

 

감나무 밑에서 그저 입을 벌리고 있으면
감이 떨어지겠나 생각도 했지만
저렇게 대책 없이 떨어지니
초조한 할머니는 시원함을 더해주는 갈바람은 물론이요

좋은 소식 전하러 온 까치와 까마귀 그리고 작은 새까지도 두려워하며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요렇게 저렇게 지은 죄를 헤아려 보아도

가슴만 철렁거릴 뿐

불길한 예감만 머릿속에 감도는데

 

차라리

불안감

불행감

실의감

실패감

좌절감이 되어 쏙쏙 빠져나갔으면

 

 

 

 

 

 

 

 

 

 

 

 

 

 

 

 

 

 

 

 

 

 

 

감나무 밑에 누워도 삿갓 미사리를 대어라.
아무리 좋은 기회라 하더라도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

 

감나무 밑에서 누워서 홍시(연시) (입안에)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바란다).

 

yellowday2015.12.11 06:36 

저정도 자라서 홍시가 된건 먹어도 된답니다.
어렸을적엔 주워서 먹기도 했지요~
뭐가 모자라 생을 일찍 마감하는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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