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숙맥/배 중진

배중진 2015. 9. 1. 16:11

숙맥/배 중진

 

좌청룡 우백호의 명당자리를 찾으려고
기를 쓰고 평생 산을 오르고 강을 넘었던 분이

 

구십이 다 된 연세에
어찌 자식들 마음을 읽지 못하여
많은 땅 다 정리해선
자식들 앞으로 떡하니 돌려놓으니
당연하다는 듯 넙죽 받아 챙기곤

상처 후 혼자 외롭게 사시는 데에도
나 몰라라 누구 하나 코빼기조차도 볼 수 없네

 

얼굴은 초췌하고 옷은 지저분하며
까만 얼굴에 많지 않은 흰 수염은 징그럽기까지 하고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나
아직도 자기주장을 강하게 피력하시는데

기억력이 급하게 떨어져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실감하신다지만

옛날에 같이 술잔 기울이던 사람을 잊지 못해
죽기 전에 꼭 찾아봐야겠다고
어려운 발걸음을 하셔
눈물 나게 반갑기도 하지만

 

냉정한 세월과 현실 앞에
숙맥이 다 됐다고 하시면서 허탈해하니
같이 늙어가는 동생들의 표정은 처연하기만 하네

 

좌청룡 우백호 명당자리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풍수설에 의해 찾기 어려운 곳보다는

그저 따스한 남향으로

자식들 가까이에 위치하여

일 년에 단 한 번만이라도 관심 기울여 주는 곳이면

명당이 아닐는지

살아생전 방문도 않고 방치하는데

죽으면 저절로 효성스러운 자손 번성하고 영화를 누리겠는가?

 

 

 

 

 

 

 

 

 

 

 

 

 

 

 

 

 

 

 

 

 

 

 

 

 

 

 

 

 

 

 

 

 

 

 

 

 

 

 

'콩인지 보리인지 가릴 줄 모른다는 뜻에서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인
'숙맥불변'의 줄임말 '숙맥'을 흔히 '쑥맥'으로 발음합니다. 그러나 된소리 로 표기해서는 안됩니다.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을 일컫는 말.
그 사람 영 쑥이더군.

 

yellowday2015.12.13 07:24 

어머니 살아 계실 때 모시고 함께 임진각에 다녀 온 적이 있지요.
자유의 다리에도~~ '잃어버린 30년 노래비도 있었구요~

임진강 건너 이북이 빤히 보이더군요.
무섭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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