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배 중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맞이하는 첫날
조반에 아버지 국거리가 없음은
어제 깜빡 냉동고에 보관했던 것을 꺼내
녹인 다음 아침을 준비하지 못한 불찰인데
아는 것이 없고 하는 것도 몰라
부엌에 있는 것들을 샅샅이 뒤져보니
참치가 있어
묵은지와 같이 끓이면 뭔가 될 것 같아
한 번 시도했는데
간을 맞추니 그런대로 임시방편은 되었고
빈 통조림통을 버릴 곳이 마땅치 않은 촌이라
부엌 바닥에 모아 놓았는데
엉겁결에 오후에 보니
새까맣게 개미가 달라붙어 식량을 축적하고 있어
소름도 끼쳤지만 난감한 일이라
살충제를 뿌려 일망타진하고
청소 깨끗이 한 다음
빈 깡통까지 닦아 마당 구석에 모았는데
무지로 말미암아 공연히 화를 불러일으켜
무고하게 살생한 것은 아닌지
안녕하세요. 세상살이가 힘들다 보니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듯,
개인도 집단도 이익을 챙기려고 세강속말(世降俗末)의 노예가 되어 가는가 봅니다.
이런 궁지에 몰린 상황을 우리는 이판사판(理判思判)이라 하지요.
이 말은 원래 불교 화엄경에서 유래 했다고 하는데… 세계의 차원을
눈에 보이지 않은 본질의 세계를 이판=참선,경전 등 불교 교리를 연구하는 스님을 일컫고
눈에 보이는 현상 세계를 사판=절의 행사 등 살림을 맡아보는 스님을 말하는데,
조선조에 와서 억불숭유(抑佛崇儒)정책 에 따라 천민으로 전락한 승려들이 살아갈 길은
깊은 산속으로 은둔하거나 관가에서 필요한 작업에 종사하는 방법밖에 없었고,
산속에서 수행을 이어간 승려를 이판승, 종이를 만들어 공급하거나 산성을 축조해
지킴으로써 연명한 승려를 사판승이라 불렀다네요.
어쨌든 이판이든 사판이든 당시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끝장을 의미했음으로
이판사판이라카나 뭐라 카나---주말 아침 블벗님 블방 즐감하고 다녀갑니다. .♥석암 조헌섭 ♥
천년수님 댓글
# 오늘의 명언
현명한 사람은 그의 사랑하는 사람의 선물보다도
선물을 보내주는 사람의 사랑을 귀중하게 생각한다.
- 토머스 켄피스 -
개미를 죽였군요.
흔히 개미는 해충축에 끼이지 않는다 하여 죽일 필요까진 없을텐데 모르셨군요.
캔을 마당 한구석에 모아 뒀으면 오랫만에 기름진 식사를 했을텐데 안타깝네요. (하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울 아이가 사다줘서 읽었는데
인간세상의 축소판 같았지요.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 으시대지만
죽는 순간은 한마리 개미와 같다는걸 알게 되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