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병원에서/배중진

배중진 2011. 12. 19. 09:06

병원에서/배중진

밝은 표정의 가족들이 보이지 않는 곳
핼쑥한 표정으로 복도에서 운동하시는 환자들
근심스런 표정으로 수술진행상태 상황판을 주시하는 보호자
애써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백의의 천사님들

실려 나가시는 아버지의 맨발은
불길함을 떨치기 어렵게 하고
마지막으로 보셨는지는 모르되 밝은 햇살과
모든 것이 꽁꽁 얼어 더욱 파란 겨울 하늘

어머니를 이곳에서 최근에 떠나보내
중환자실 근처를 가지 않으려는 동생
그곳에는 어두운 표정의 가족들이 두 손을 모으고
재빨리 지나가면서 그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으셨으면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두 눈을 감고서
계속해서 침대에 누워계시는데 얼마나 답답하실까
밥도 감각으로 떠 넣으시고 반찬은 아들이 집어주니
잘 넘어가지도 않을뿐더러 옛 모습은 간 곳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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