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낙엽은/배중진

배중진 2011. 12. 4. 22:54

낙엽은/배중진


낙엽은 새들의 덫이었다
산에 올라가다 만났던 낙엽은
박새가 만들어 놓았을까 아니면
산비둘기가 뿌려 놓았을까

아니지 아마도 겁많은 꿩이
그 둔한 몸을 감추려고 쳐 놓았을 거야
길이 보이지 않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무심코 저벅저벅 밟으니 그들이 웃는다

피할 것 다 피하고 멍청한 모습이 재밌단다
그리곤 승리자나 된 양 높이 고함을 지르니
그것도 모르고 지저귐이 아름답단다
아, 낙엽의 의미를 인제야 조금 알 것 같아라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낙엽을 날려 버리면
새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겠는데
더욱 자연스럽고 친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낙엽은 새들의 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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