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방패연을 날리고 싶은데/배중진

배중진 2011. 12. 4. 13:44

방패연을 날리고 싶은데/배중진


옛날 연을 띄우던 곳을 찾았는데
떡갈나무 잎들이 예전과 똑같은 소리를 내며 부르고
전에 보이지 않았던 대나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으며
놀이를 방해했던 큰 둥구나무는 내 처져 사라진 지 오래인 듯

얼음장에서 놀던 아이들의 함성 사라졌고
인삼밭이 우후죽순 들어서 검게 보였으며
논엔 출렁이던 물이 보이지 않았고 대신 비닐하우스가 눈부시고
옛날 집들은 자꾸 주저앉는 몰골의 형상이니

이곳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옛꿈은 생각도 나지 않고 설혹 있었다 해도
지금은 엉뚱한 길을 걷고 있는 중년의 이방인
많이 변한 산천을 보면서 안타까워만 하네

연을 만들어 보아야지 그리고 띄우며 흥겨워하리라
그때 연 쌈 하던 친구들에게 했었던 말들이 무언지
오늘 밤 불러내어서 술잔 돌리며 물어보리라
광속에 숨겼던 비밀을 끄집어 날려 보내리라

 

2/13/2016

'詩 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에는 꽃피고 낙엽 지고/배중진  (0) 2011.12.04
사랑/배중진  (0) 2011.12.04
꿈에도 그리던 고향/배중진  (0) 2011.12.04
잊었던 함성/배중진  (0) 2011.11.28
미역국/배중진  (0) 201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