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배중진
눈이 온다고는 했지만
하늘이 아주 까맣게 변한 것은 아니었고
까마귀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몰려 다녔고
비둘기도 떼를 지어 비행을 했으며
청설모도 묻어 놓은 도토리를 찾아가며
분주하게 아침을 들고 있는데
아직 아무런 징후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일기예보를 믿고 싶었다
요번에는 남부에서 올라오기에
좀더 정확하게 예견하고
벌써 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그것도 엄청난 양을 쏟을 기세다
그러나 두려워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냉장고에는 먹을 것이 가득했고
보고 듣고 생각할 여유가 있기에
오는 눈을 막지 못할바에는 내버려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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