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인간/배중진
멋진 일년이었습니다.
나무는 나이테를 하나 더 그으면 끝이지요.
그많은 시간 달랑 둥그렇게 나름대로 그어 나갑니다.
우린 힘들게 365일을 울고 불고 싸우며 힘들게 지내왔는데도 말입니다.
그들이 잘 사는 것인지 우리 인간들이 잘 사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몇 천년을 버티지만 우린 고작 100년도 채울까 말까 하네요.
나무 둥치가 점점 불어나듯이 우리들의 허리도 굵어 지는데
그게 나무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인간에게는 수명과 반비례 한다니
어쭙잖게 따라가면 오래 살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더 많은 시련이 앞에 놓여있는 중년의 요즈음
깊은 생각을 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무와 같이 조용하게
선하나 그어 나갔으면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