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바닷가에서 만난 여인/배 중진

배중진 2015. 2. 26. 23:17

바닷가에서 만난 여인/배 중진

 

춥다 춥다 이토록 추울 수가 없고

꽁꽁 언 바닷물처럼

인심도 바짝 얼어

춥다는 핑계로 얼굴엔 표정조차 없는데

 

잘 다니는 길목이 아니고 일부러 찾은 바닷가

평소 너울거리는 바닷물에

찌 하나 달랑 던져놓고 때를 기다리시는 강태공들이 즐비했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물은 보이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높고 낮은 얼음 바다가 되어

저 멀리 보이는 도시까지도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엉뚱함이 들 정도로

눈에 덮인 두꺼운 얼음판의 세상으로 변해

춥다고 연일 떠들어대던 예보가 현실이었음을 간파하는 순간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오기에 엉겁결에 고개 돌려 인사를 나눴는데

첫눈에 앳돼 보이며 손에 카메라를 든 가냘픈 여인이

어떻게 무엇을 담고 있는지

어디에 사시는지 집요하게 추궁하시기에

 

털리는 기분으로 답변하면서도

벽을 허물어 얼음판에 던지듯 많은 대답을 드렸고

악의가 없어 보여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듣는이가 따로 없기에

빙판 위에 어설프게 늘어놓았는데

 

짝 잃은 외로운 백조 한 마리 누추한 모습으로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움직이며 듣고 있어 깜짝 놀랐고

미끄러지면서도 몸을 옮겨 기중기처럼 얼음판 밑으로 긴 목을 쑤셔 넣어

오랫동안 먹이를 찾고 있었으나 결과는 초라했고

 

눈치를 보며 진지하게 사진 찍는 여인에게 바싹 다가와 먹이를 갈구하나

준비하지 못했고 깨질듯한 찬 손뿐이니 이를 어쩌나 싶었어도

그녀 역시 빈손인지라 허공을 가득 채운 갈매기로 시선을 옮기며

백조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여 마음 편치 않았겠지만

 

추위 때문에 오래 있을 수 없는 바닷가인지라

두서없이 장황하게 말씀을 드리다가 머쓱하여

울퉁불퉁하게 쌓인 얼음덩이처럼 이 순간이 남게 되겠지만

먼 훗날 파도처럼 밀려와 잔잔함으로 기억되겠지!

 

 

 

 

 

 

 

 

 

 

 

 

 

 

 

 

 

 

 

 

 

 

 

 

 

 

 

 

 

 

 

 

 

 

 

 

 

 

 

 

 

 

 

 

 

 

 

 

 

앳되 보이며
앳돼 보이며

 

yellowday2015.02.26 23:25 

동향 여인을 만나셨군요~~반가웠겠어요~
따뜻한 차라도 나누었으면 좋았을텐데요~~~

 

뉴욕에서는 서로 눈인사만 해도 기쁨인데
옆으로 다가오셔 많은 것을 물으시는데 연세가
적지 않았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요. 매우
세련되셨고 젊어 보이셨습니다. 사진으로 책을
발간하시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하셨지요.

 

yellowday2015.02.27 05:35 

책 내거든 한 권 부쳐달라고 하시지요~~``ㅎ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을 맞이하신 임에게
봄기운에 눈이 녹듯 모든 것이 말끔히 걷히시길
기원합니다. 뉴욕은 아직도 매우 춥습니다.

 

세월이 가는소리 - 오광수

싱싱한 한마리 고래같던 청춘이
잠시였다는걸 아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서른 지나 마흔 쉰살까지
가는 여정이 무척 길줄 알았지만
그저 찰나일 뿐이 라는게 살아본 사람들의 얘기다

정말 쉰살이 되면 아무것도
잡을 것 없어 생이 가벼워 질까
사랑에 못박히는 것조차 바람결에 맡길 수 있을까

쉰살이 넘은 어느 작가가 그랬다
마치 기차레일이 덜컹 거리고 흘러가듯이
세월이 가는소리가 들린다고
요즘 문득 깨어난 새벽
나에게 세월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적 소리를 내면서 멀어저 가는 기차처럼
설핏 잠든 밤에도 세월이 마구 흘러간다

사람들이 청승맞게 꿇어 앉아 기도하는
마음을 알겠다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을 맞이하신 임에게
봄기운에 눈이 녹듯 모든 것이 말끔히 걷히시길
기원합니다. 뉴욕은 아직도 매우 춥습니다.

 

양동숙이라는 그분을 오늘(12/30/2017)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꿈이라도 생각했던가.
죄를 지으면 언젠가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으니 항상 관계를 좋게 할 것이며
그저 단순하게 전화기로 시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정중하게
의뢰하여 머쓱했던 날이었다. 분위기가 마지막 날이라 파티를 하고 있었는데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오늘 남들이 찍어 보내준 것만 해도 20여 장이 넘는데 남에게도 그런 부탁을 했는지?
앞으로도 계속 볼 사람 같아 기분이 쩝쩝했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갈대에 관한 것이라고도
기억하고 있었다.

 

2/25/2015

 

정확한 기록은 절대로 아니고 내가 그분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서 기사의 이름을 

확인하고 또 했는데 어렴풋이 보이는 사진으로는 아마도 내가 뵈었던 분이시지 싶다.

2022년. 사망의 원인도 모른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바로 옆에 있는 불길한 느낌도 

받았다. 세상에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는지. 아무리 검색해도 뜨지 않는다.

그분이 활동하신 단체가 있으나 전화 걸어서 확인하기도 뭣하다.

그분이 아니시길 기원한다. 그분이시라면 좋은 곳에서 활동하시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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