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신혼의 고통/배중진

배중진 2011. 11. 1. 16:32

신혼의 고통/배중진

결혼한지 2개월만에 동족상잔의 625가 터지고
추석 바로 전 날밤 빨갱이 앞잡이 200여명은 집을 에워싸고
시아버지 나오라고 불호령이다
그들의 기세는 살기등등했던 것이

황우재에서 벌써 지주 한 명을 때려 죽이고
학교에선 또 한 명의 선생님을 죽였다 생각했는데 살으셨고 지금은 87세
지서에선 방위장교 형이라는 사람이 간신히 도망치셨고
시아버지도 오분 전에 맨발로 웅골쪽으로 피하셨는데

찾다 찾다 찾지 못하니 연로하신 할머니를 제외하고
어머니와 작은 어머니를 개패듯 패셨고
사촌 시누이는 너무 어려 건드리지 못하고
갓 시집온 새색시를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패서

급기야는 임신도 못하도록 해 놓았지만
삼년 불공으로 간신히 딸을 임신하셨다는데
너무 기막힌 운명으로 평생 불임한다고 하셨을 때
책임감을 느끼신 지아비는 평생 아픔을 같이 하신다고 했다지요

영원히 잊지못할 우리 민족의 고통은
아직도 우리 곁에 있음을 실감하면서
지나간 이야기들 이렇게 같이 모여서 나누지만
듣는 후손들 마음의 고통은 또 영원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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