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폭풍이 남긴 것들/배중진

배중진 2011. 8. 30. 04:58

폭풍이 남긴 것들/배중진

준비를 많이 했고 기도도 많이 했지 싶으며
방송매체를 통해서 며칠 전부터 들어왔는데
정작 언제 어느 곳으로 지나갔는지도 몰랐고
비가 멈추고 한 사람씩 고개를 내밀더니

갑자기 거리로 쏟아져들 나와 서로 붙잡고
그동안 어떻게 대처했으며 두려움에 떨었는지
지나온 이야기들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하더라
감사함과 현명한 대처를 하여 정복자나 된 듯이

실제로 허리케인이 가까이 왔을 때보다
밤 두 시에 일어나 바람의 동정을 살피고
비가 얼마나 내렸는지와 누수를 확인했으며
어디로 지나갈 것인가 그것이 더 궁금하기도 했는데

막상 인근지역을 빠져나갈 때는 속도도 줄었고
어둠이 사라졌기에 덜 두려워했음은 사실이었으며
방송에서도 그렇게 큰 피해가 없었다고 보도를 하고
가장 두려워했던 전력의 차단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불행히도 도토리들이 떨어졌고 은행도 나뒹굴었으며
벌집이 공중에서 떨어졌는데 뭔가하고 발로 건드렸으니
한심하기도 했지만 그들을 도와준 격이 되었으며
아름다움의 상징 장미도 아쉽게 고개를 떨어뜨렸고

이웃의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 서성였으며
차고에 물이 가득했으나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
펌프를 작동시킬 수 없어 손을 놓고 있었으며
콘 에디슨 직원들이 언제 도착할지는 아무도 모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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