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잔디/배중진

배중진 2011. 3. 5. 02:29

잔디/배중진

겨울철에 조경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잔디가 없다
미국이야 사시사철 있는 것이지만
한국동란이 끝나고 그럴 여유가 있을리 만무지

궁하면 통한다고
보리 밭에 있는 파란 싹으로
임기응변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그들은 그 후 한국을 일으켜 세웠지

힘들게 남의 집 머슴을 사셨던 분
30년이 지나서 집이 생기자
양지바른 마당에 잔디를 가꾸기 시작했다
촌에서 한 뼘이라도 뭔가를 심지않고 말이다

고생 고생 그런 고생을 하셨으니
원통한 세상이었으리라
마지막으로 원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봉분을 깨끗이 덮을 잔디였다

아마도 그 분의 후손들은
그 분의 노력으로 더 살기 좋아졌을테고
푸르디 푸른 그의 묘도 지금쯤은
금잔디로 변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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