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할머니의 외출/배중진

배중진 2011. 3. 5. 02:23

할머니의 외출/배중진

할머니의 손을 잡고
역을 향해 뛰던 기억이다
여름이었고 비가 내려서
그야말로 물에 빠진 생쥐신세인데

다행히도 자리는 있었고
그냥 그렇게 물이 흐르면서
대전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덜컹거리며 달린다

창가에서 전깃줄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차바퀴는 자장가가 되어 구르고
가끔가다 칠흑같은 굴이 숨을 멈추게도 했지

할머니는 일자 무식이요
그런데도 나들이가 가능했으니
총명하다는 말로 표현하여야 할지
도착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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