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인 의사/배 중진
병원에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며칠 전부터 신경이 날카롭더니
Shower를 하고 나서 문을 열다가 손가락이 끼어
아픈 것은 둘째치고 손톱 자체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네
불길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대문을 잠그고 나오면서 이 대문을 열고 들어설 수 있을까
해괴망측한 생각도 가져보지만
한편으론 내시경 검사니 별일이야 있겠나 싶어 고개 저어 떨구네
때늦은 폭설이 쏟아질 거라고 하더니
강풍이 밀쳐 대서양으로 곤두박질치게 한 것에 감사는 하나
칼날이 목부터 시작하여 쑤시고 들어오는 통에
끌려나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달리 도망칠 길이 보이지 않아
순순히 병원 안으로 들어가 절차를 밟았는데
너무 서둘러 검사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일찍 마쳤고
지루하게 기다리는데 시간관념이 없는 의사선생은
아는지 모르는지 반 시간이나 늦는다고 통보를 하니
전부터 하는 짓이 마땅치 않아 바꾸려고 했는데
이번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가차 없이
기술도 좋고 책임감도 있으며 환자의 믿음을 살 수 있도록
자상하게 상태를 설명해주는 의사로 바꿔야겠다
상냥하고 친절한 간호사들이 농담도 걸어오고
진지하게 절차를 설명해주며 편안하도록 도와주고
한 사람의 환자가 실려 나가면 빈자리 청결하게 소독하여
인상도 좋았는데 의사는 제멋대로라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필요 때문에 전화하면 꿩 구워 먹은 소식이고
수술이 끝나면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느낌이 괜찮은지 물어온 적도 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곤 하니
뭘 믿고 뭐가 좋아 도마 위에 죽은 듯이 누워 있곤 했던가
나무/배 중진
한 그루의 나무가
겨울의 세찬 바람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려 하네
피워도 될까 눈치를 보며 망설이면서
잎이라도 무성하면
신기한 꽃을 보호할 수도 있으련만
설레는 가슴 주체하지 못하고
반반한 얼굴부터 내밀기 시작하니
나무는 매일 기도하며 잠을 못 이루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휘청거리고
햇살이 비추면 감사하며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봄비라도 내리면 감격하여 눈물 흘리네
너와 나 오랜 삶을 같이할 수 없어도
내가 있기에 네가 있으며
네가 있기에 내가 존재함의 의미를 수용하니
언제까지나 자연에 순응하며 그 속에서 살자꾸나
宥坐之器에 대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좌우명과 계영배, 그리고 과유불급에 대해서도 강조하셔
중용의 도를 깨닫게 하셨네요. 멋진 주말이 되시기 바랍니다.
유좌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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