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봄/배 중진

배중진 2014. 3. 6. 21:57

봄/배 중진

 

매섭고도 끈질긴 겨울의 눈초리가 무섭고도 지루하여도
봄에 대한 희망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에
기다리다 지쳐 모든 것을 내던지고
봄을 찾아 방방곡곡을 더듬어보니

 

가을을 떨구듯 상수리나무를 떡메로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꼿꼿이 젖혀 높은 나무를 올려다보니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딱따구리가 봄을 쪼아 깨우고 있었고
그 집념은 밑에서 아우성을 쳐도 말릴 수 없었으며

 

고목을 기둥 삼아 지어 놓은 숲 속의 성당은
Ash Wednesday라는 날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색하게
눈이 너무 내려 입구를 막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참회하러 오는 사람도 없어 애를 태우며 숙연한 모습이고

 

옛날엔 오동나무만 보아도 춤을 춘다고 했는데
썰렁하니 오가는 사람에게 우는소리로 징징거려
살피고 또 살피며 봄소식을 찾았으나
흔적도 없거니와 황량한 벌판에서 벌벌 떠는 느낌이고

 

은행나무의 젖꼭지는 부풀대로 부풀어 아파 보여도
그 설움 빨아줄 봄 입김은 어느 곳에서도 어리지 않으니
고양이도 눈이 쌓인 언덕 위를 종일 쳐다보지만
누가 남긴 자국인지는 모르되 저 길을 따라 봄도 언젠가는 넘어오겠지

 

 

 

 

 

 

 

 

 

 

 

 

 

 

 

 

 

 

 

 

 

 

 

 

 

 

 

 

 

 

 

 

 

 

 

 

 

 

 

 

 

 

 

매섭고도 끈질긴 겨울의 눈초리가 무섭고도 지루하여도
봄에 대한 희망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에
기다리다 지쳐 모든 것을 내던지고
봄을 찾아 방방곡곡을 더듬어보니

가을을 떨구듯 상수리나무를 떡메로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꼿꼿이 젖혀 높은 나무를 올려다보니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딱따구리가 봄을 쪼아 깨우고 있었고
그 집념은 밑에서 아우성을 쳐도 말릴 수 없었으며

고목을 기둥 삼아 지어 놓은 숲 속의 성당은
Ash Wednesday라는 날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색하게
눈이 너무 내려 입구를 막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참회하러 오는 사람도 없어 애를 태우며 숙연한 모습이고

옛날엔 오동나무만 보아도 춤을 춘다고 했는데
썰렁하니 오가는 사람에게 우는소리로 징징거려
살피고 또 살피며 봄소식을 찾았으나
흔적도 없거니와 황량한 벌판에서 벌벌 떠는 느낌이고

은행나무의 젖꼭지는 부풀대로 부풀어 아파 보여도
그 설움 빨아줄 봄 입김은 어느 곳에서도 어리지 않으니
고양이도 눈이 쌓인 언덕 위를 종일 쳐다보지만
누가 남긴 자국인지는 모르되 저 길을 따라 봄도 언젠가는 넘어오겠지

 

외아들이라고 남들보다 훨씬 일찍 결혼한 친구가 있었는데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만
촌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었고 집에 있던 사진기를 들고 나가 몇 장 찍어서 건네주었는데
그것이 전부라고 하더군요.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있었던 구식결혼식이라 국민학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 선물을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잔칫상도 받아보지 못하고 냉대 속에 떠나는 친구들에게
어찌나 미안했던지 대신 사과하니 동네 친구들의 잘못이라고 욕을 하면서 떠났던 친구들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답니다. 어리니 집안 어른들이 손님으로 여기지 않았지 싶기도 했지요.
아직도 같이 잘살고 있는 친구인데 그런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겠더군요. 멋진 사진을 보니
격세지감입니다. 즐거운 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꽃 말 - 기대, 덧없는 사랑, 사랑의 괴로움

 

아네모네

 

앙증맞은 모습에서 아름다움이 피어오르고
진한 커피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솟아오르며
머지않아 봄기운이 대지를 감싸면서
우리도 더 힘찬 희망을 품게 되겠지요.
멋진 사진 잘 감상 했습니다. 즐거운 봄이 되시기 바랍니다.

 

백목련2014.03.09 08:56 

방긋^^

활짝핀꽃들이 참으로 예뻐보이네요
화사하고 향기로운 봄이 오고 있어요
따뜻한 유자차 내려 놓아요
즐겁고 포근한 휴일 보내세요 제이님^^

 

昔暗 조헌섭2014.03.10 08:46 

춘분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니 꽃샘추위에도 우리집 앞 놀이터엔 하얀 매실꽃이 눈꽃처럼 활짝!
황벽선사는 추운 겨울을 넘긴 매화가 이듬해코를 찌르는 향기(香氣)가 있다고 했지요.
모진 혹한 추운 겨울을 지켜내는 강인(强靭)한 지조를 일컫는 말인듯,

지조라면 동탁 조지훈을 빼놓을 수 없을듯, 선조의 삼불차 정신이란,
문중의 삼불차 정신은 세상을 살면서 3가지를 빌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첫째가 재불차(財不借)=어떻한 일이 있어도 재물(財物)을 빌리지 않는다.
재물을 빌리지 않기 위해 소유한 땅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팔지 않고
대를 물렸다고 하는 것이고,
둘째가 문불차(文不借)=문장을 빌리지 않는다. 선비 집안의 채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며,
셋째가 인불차(人不借)=사람을 빌리지 않는다. 즉 양자를 들이지 않는다는 의미,
그래서 370년 동안 양자를 들이지 않고 혈손으로 대를 이어 왔다고 합니다.

우리모두 “한 때의 적막을 받을지언정 만고에 처량한 이름이 되지 말라”는 채근담의
말 처럼 자신의 지조를 깨뜨리는 일이 없이 깨끗하게 살았으면… -조헌섭-

 

이곳에도 특이한 목소리의 딱따구리가 많이 있지만 까막딱따구리는 본 경험이 없답니다.
멋진 소개에 감사드리며 그들이 영원히 우리와 같이하기를 기원한답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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