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맹모삼천지교/배 중진

배중진 2014. 3. 6. 14:02

맹모삼천지교/배 중진

 

설마 그렇게 했을 리는 만무겠지만

꽃동산에 사는 고양이가 언제 봤다고

4개월 가까이 찾지도 않았건만 반갑다고

문을 박차고 뛰어 나와 가슴에 안긴다

 

유독 나한테만 그렇게 했을 리는 만무할 테고

꽃동산을 찾는 이마다 다가와서 코를 부비니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얼마나 반갑든지

그리곤 배를 쭉 깔고 희미한 햇살을 즐긴다

 

같이 놀아줬으면 좋겠지만

미안하게도 꽃을 구경하러 왔으니

향기도 맡고 아름다움에 감탄도 하면서

금세 고양이를 잊고 돌아다니다가

 

딴 곳으로 가려고 밖으로 나왔더니

어디선가 금방 나타나 애교를 부린다

쓰다듬어주고 긁어주고 하면서도

눈 위에 난 발자국을 보고

 

사용했던 발자국을 정확하게 딛는 것을 보고

어지간히 발에 물을 묻히기 싫어하는 동물임을 알았으며

잘 있으라 인사를 하고 한번 안아주고 나섰더니

집 밖 저만치 까지 한참 따라 나와 갈 길을 재촉하여 떨군다

 

 

 

 

 

 

 

 

 

 

 

 

 

 

 

 

 

 

 

 

 

 

 

 

 

 

 

 

 

 

 

 

 

 

 

 

 

 

 

 

 

 

 

 

 

 

 

 

 

 

 

명장/김선식2014.03.06 18:20 

맹모삼천지교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찡합니다.~~

 

저렇게 철모르던 시절에는 인연이라는 말을 몰랐었는데
우연히 한번 맺은 좋은 관계는 평생 가는 위력이 있더이다

멋진 춘삼월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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